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약발 다했나 …투자자들 "공매도 한시적 금지해야"
입력 : 2020-03-12 15:5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며 코스피가 급락하자 더 강력한 대책으로 시장을 방어해야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금융당국 등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섣부른 규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부문 대응 이행현황 점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한시적 강화정책을 적용받은 총 40개 종목 중에서 상승한 종목은 파미셀(005690)(0.63%), 엘컴텍(037950)(3.52%), 라파스(214260)(2.22%), 에스티큐브(052020)(1.43%) 등 총 4종목(코스피 1개·코스닥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36개 종목은 하락마감했다. 인트론바이오(048530)(-13.06%)의 낙폭이 가장 컸고, 포티스(141020)(-12.80%), 유티아이(179900)(-10.45%)도 10%대로 하락했다.
 
정부의 조치가 시작된 11일만해도 코스피가 2.78%나 하락했지만, 공매도 과열종목 총 11개 종목 중에서 9개 종목이 상승 마감하며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날 8년 5개월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코스피가 1830선까지 추락하자 공매도 과열종목들은 다른 종목들과 함께 속절없이 내려앉고 말았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정책이 일시적인 효과일뿐 주가하락을 막는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는 주가하락을 막는 것이 아닌 공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 이후 추가적인 하락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조치가 효과 여부는 사후에 여러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볼 문제로, 하루이틀 등락률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 "다만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없었다면 더 최악의 상황이 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한시적 금지에 대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지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불안한 투자자 심리와 진정시키고 추가적인 하락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상당수가 동의를 표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공매도 투기 과열종목의 지정 요건과 기간을 일부 강화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억측은 금융위원회의 오판"이라며 "신속하게 한시적으로 공매도 자체를 즉각 금지시키고,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구체적인 컨틴전시 플랜을 당장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은 아니라며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시장상황 및 필요한 경우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주저하지 않고 추가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는 컨틴전시 플랜 중 하나로 고려되지만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만다"고 우려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